어제 명상 수업을 갔다가 만난 언니다. 이 언니는 명상 수업에서 거의 유일하게 명상에 관해 많은 애기를 했던 언니다. 단 한번이지만 언니가 얘기를 하자고 했을 때 살짝 놀랐었고 생각보다 많은 얘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통해 내가 인정하기 싫었던 나의 상태를 좀 더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무척 감사했다.
 
이 언니랑 지난 수업 마지막 명상 연습을 같이 햇다. 명상을 하고서 서로 의견을 말하는 기회가 있다. 이번주 명상이 뭔고하니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내가 들이키고 정화된 공기를 내쉬는 상상을 하면서 나를 고통에 단련시키는 그런 연습이었다. 나는 사실 별 생각없이 이 연습이 나한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고 얘기했다. 사실 너무 추상적이었다. 그래서 고통이 정말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아마 상상할 수 있겠지만 뭔가 피상적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언니가 좀 더 얘기를 하자고 했다. 보통은 1-2분 얘기를 하고 끝나는데 언니가 남아서 얘기를 하고싶으면 하자고 해서 얼떨 결에 시작한 얘기가 30분을 갔다.

이번에 새로 받은 성균관 드라마를 진창 보고서 일을 대강하고 죄책감에 사무쳐 있었던 지라 이번 명상 수업에서 왠지 좀 더 명상의 힘을 의심하였더니 내가 말하는 의견들이 좀 씨니컬 하게 들렸던것같다. 그리고 나는 내 스스로 멈출 수 없는 나의 생각을 어떻게 남이 멈추어줄 수 있을까 의심이 간다고 얘기했으며 내 머리속에서 계속 맴도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 명상보다 더 쉬운것같다고 얘기했다. 결국 이야기는 나의 스트레스/일을 안한 죄책감으로 흘러가고 언니는 스스로 물리치료사라고 말하며 주변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자들이 많다고 하셨다. 남편분도 일 생각을 너무 많이 하셔서 걱정이라고도 하셨다. 그리고 내가 명상에 발을 들인걸 보면 그리고 명상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좀 더 다른 명상법을 찾아보고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거라고도. 본인도 많은 명상 수업/모임을 다니셨다고 한다.

언니가 대단한 가르침을 주거나 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신기했던 건 아무도 언제 어디에서 도움과 힘을 얻을 지 알 수 없다는 걸 다시 실감했기 때문이었다. 로라언니랑 명상 연습을 같이 한건도 이번이 처음이었고 이야기를 의외로 길게 하게 된것도 놀라웠던 일이다. 가능성은 늘 열려있는 법. 명상이던 사람이던 좀 더 믿어봐야 겠다.


카테고리 없음 l 2010. 11. 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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