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시간에 죽자매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한 자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분 생각에 나는 5년전 보다 더 못하는것같지 않은데 나는 혼자서 우울해하는것같다고. 대강 이런 요지의 내용이었던것같다. 요즘 사실 우울증이 의심될정도로 우울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냥 혼자 닭질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예전같지 않다. 5년전에는 좀 더 뭐 재미있는 일 없나 더 많이 찾아다녔었다. 그때도 진로 문제 때문에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으나 결국 운 좋게 취직되는 바람에 그냥 스르륵 우울함이 잊혀졌던것같다. 물론 중간에 학점 체우느라 고되긴 했지만 딱히 혼자서 외로와하거나 우울해지거나 하진 않았던것같다. 확실히 요즘에는 힘들면 좀 더 외로움을 많이타고 사소한 일에 의연하지 못하다. 이 변화가 결정적으로 느껴질 때가 이런 상황이다. 옛날에 스웨덴을 떠나 이 곳에 올때 당시 사랑하는 사람을 사실 거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때놓고 왔었는데 아마 지금 그렇게 하라고 하면 못할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아마 지금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그냥 하던 일 접고 우리 신랑 곁에 붙어있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당해봐야 알겠지만 정말고 그 시절과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겁이 더 생긴건지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생각이 바뀌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말밖에 없다더니 그 사이 나는 내 생각보다 많이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아마 내 주변 환경도 내 생각보다 많이 변했을 수도 있고. 정확한 건 모르겠다만 어색한 나만이 세상에 남은 느낌이다.  현재의 나, 예전의 나 그리고 내가 바라는 나 모두 다 다른 사람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이 어색함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아마 첫 걸음은 인정하는데 있는 것같다. 현재의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 현재의 나는 내가 바라는 나도 아니라는 것. 나에게 냉철해지기보다는 지금의 나를 그냥 받아들일것. 내가 아무리 잘랐던 못났던 내가 나이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헛께비 놀음에 연극을 해봤자 우울한 기분은 없어지지 않을 터이다.

내가 바라는 내가 되고 싶은가 하는 의문도 없진 않다. 나는 발전(?)에 대한 욕망이 전혀 없지는 않다. 다만 그런 욕망을 지닌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해매고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 완벽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있는 중이진지도 모른다. 아무도 완벽해질 순 없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도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언젠가 부터 그런 환상을 만들어 내었던것같다. 언젠가는 훨씬 더 나아지고 완벽해 질 수 있다는 환상말이다.

그러나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리면 그 순간 나는 무엇을 해야하나. 어차피 완벽해지지 못할 건데 노력을 해서 뭐하냐는 태도로 만사를 관둘 수도 있고 아니면 그래도 작은 발전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테니 계속 해야하나. 이럴 때 상대적인 기준으로 나를 젠다면 더 편할 것인가? 절대적인 기준일 때 더 편할 것인가?

여기 오기전에 박사를 굳이 할 생각은 없었다. 직장생활도 해봐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회사에서 인턴도 해보고 석사도 마쳤을 때 이상하게 나는 내가 알고 싶은만큼 알지 못하고 뭔 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박사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런데 왠걸 그 때의 나보다 나는 내가 전혀 더 대단해진 것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여전히 모르는게 너무 많다. 연구도 척척 해내지 못한다. 여기서 했던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인가 더 알 아야겠다는 느낌. 근데 지금 두려운 것은 아마 박사를 마친다고 해섣 그런 느낌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있는것같다. 박사를 끝내면 끝내서 좋긴 하겠지만 늘 항상 무엇인가를 찾아해맬 나를 생각하면 굳이 뭔가를 꼭 찾아야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알고자 하는 욕망과 그 것이 충족될 수 없다는 현실과의 괴리감은 사람의 기운을 쏙 뺀다. 그리고 내 욕망이 정작 내가 실질적인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되는데 충분족건이 아니라는 점도 우울함 및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것같다. 아는게 다가 아니지 않은가...

아... 먹고 살긴해야할 텐데. 그냥 아무 일이나 하면서 먹고살기도 쉽지 않은데. 그래서 그냥 열심히 살아야하나라는 생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완전히 알 수도 없고 뭔가를 하려면 앎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카테고리 없음 l 2010. 3. 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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