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출장이 2주 이상인지라 왠지 식당밥을 그렇게 오래 먹을 자신이 없어서 작은 부엌이 딸린 아파트 호텔을 빌렸다. 근처가 유럽연한 수도지구인지라 주변이 이런 아파트 호텔들이 꽤 있는것같다. 아마 장기 출장오는 사람들이 꽤 많은듯 하다. 옆방 언니도 한달동안 있는다고 했다.




처음에 브뤼셀에 내렸을 때 옛날같이 배낭 짊어지고 허름한 유스호스텔에 가는 것도 아닌데 그닥 신나지 않았다. 아마 내 평생 빌린 호텔 중에서 가장 비싸고 위치좋고 고급스런 호텔들에서 묵으면서도 왠지 맘이 편하지 않았던건 아마도 알게 모르게 내가 사는 동네에 정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심지어 우리 아파트가 이 호텔 아파트보다 작다. 여긴 식기 세척기도 화장실도 작은거 하나 더 있다.) 또하나 나이들어서 변한건 익숙한 것이 더 좋다는 것. 물론 여전히 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면 늘 한번 씩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주의이나 이번 여행에서는 왠지 집이 좋은건 어쩔 수 없는것같다. 아님 이미 며칠 호텔 생활을 해봤더니 집이 더 좋다는 것을 알아버린것이거나.

우스운건 지금 사는 미국은 내 고향도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을 떠나서 스웨덴을 갔을때 처음 몇달간 한국말이랑 한국음식이 그리웠던건 어찌보면 너무 당연했다. 그리고 스웨덴을 떠나서 미국에 왔을때는 사실 그곳 생활이 별로 그립진 않았었다. 근데 왠걸 미국도 첨에는 반신반의 하면서 갔었으나 이제 그리운 집이 되어버렸으니. 아마 그곳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던것이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제는 침실 전구가 하나 나가서 신랑이 다른 전구를 끼워보다 깨뜨려버렸다. 유리조각이 카펫에 남아있었는데 어두운 나머지 치우기 힘들었다. (전구를 갈다 깨버렸으니 남은게 없었다!!!) 밤이긴 했지만 도대체 이 호텔직원들은 진공청소기라는 단어를 못알아먹는건지 내일 아침에나 치워줄 수 있다고 하고 우리 신랑은 아마 피곤한 나머지 느냥 자자고 하니  나는 신경질이 확 나는것이었다. 그냥 내 집이엇으면 이런거 별거 아닌데 왜 이런 일로 사람들과 실갱이를 벌여야되는지 모르겠다. 나는 유리조각을 남기고 자는게 불편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상관없는 모양이지?

여튼 아무리 새 아파트가 좋아도 집같진 않다. 내가 내 일로 와서 바빴으면 여기가 집보다 나쁘다는 것을 알 겨를도 없이 집에 돌아갔을지도 모르겠다.

카테고리 없음 l 2010. 9. 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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